서울특별시

숨결이 느껴진다 - 서울특별시 중구 만리동, 용산구 청파동, 효창동

쏘러버 2022. 10. 3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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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서울역이라고 하면, 역사가 정면으로 보이고 서울스퀘어가 있는 동쪽을 떠올립니다. 반대편인 역의 서쪽은 왠지 낯선 느낌입니다. 이것은 지상철로가 있는 동네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선로인 경인선이 지나는 인천광역시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역들의 북쪽과 남쪽을 '북부역', '남부역' 으로 불러 구분을 하며, 두 동네간 분위기가 크게 다릅니다. 예를들면 부평역 북부나 주안역의 남부는 번화가이지만, 북부는 좀 더 조용한 동네의 풍경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비교적 낯선 서울역 서쪽 동네에는 과연 어떠한 분위기가 있는지 한 번 가봤습니다.





출발은 수도권 전철 1호선, 4호선, 공항철도 서울역 9-1번 출구 입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서울로7017에 올라갑니다. 과거 차량 전용 고가도로였던 이 길이 공원화되면서 비로소 서울역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도보길이 열렸습니다. 단풍이 들은 서울로는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겨집니다.





서울로를 걷다보니 서쪽에 꽤나 큰 규모의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저렇게 빈 땅이 있었나 싶습니다. 실제로 기사를 찾아보니 해당 부지는 '서울역 유휴부지'라고 하여 13년 간 개발 계획이 표류했으나, 비로소 올해들어 최고 38층 규모의 컨벤션센터 등 복합시설 개발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https://newsis.com/view/?id=NISX20221025_0002061224&cID=10201&pID=10200). 아마 잘은 몰라도 서울로7017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의 중요성입니다.




 

'13년 표류' 서울역 북부 역세권, 38층 복합단지로 변신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서울역 철도 유휴부지에 최고 38층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사업 건축계획안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ww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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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중간에 서울역옥상정원도 들렀습니다. 날씨가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빽빽한 도심속에서 옥상을 활용한 공간활용은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만리동광장이 보입니다. 과거엔 차량으로 붐볐던 이곳이 깔끔한 시내광장으로 변신했습니다.





만리동광장에 이런 예술 조형물이 있습니다.





반사를 이용하여 잔물결을 표현했다고 했는데, 계단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면 정말 수면 아래에 있는 것 같습니다.





만리동광장 옆에 힙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으며 낮부터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이 또한 많은 관광객과 유동인구로 인해 새로 생긴 가게들 일 것입니다. 이처럼 도보길이 열리면서 도시가 다시 활성화 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지상철로가 있는 많은 지자체들이 도시의 분절을 이유로 철로의 지하화를 추진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과 사업성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이런 지자체들에게 서울로로 통한 도시재생은 제법 참고할만한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중림동쪽으로 걷다보면 힙해지기 전의 원래의 정체성을 가진 노포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되어서 약간 빛이 바랜 건물의 색이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골목으로 가면 상당히 고풍스러운 외관의 종로학사 전용 헬스클럽이 있었습니다. '체육관'이라는 글자로부터 재야의 고수들로 넘쳐날 것 같은 엄청난 포스가 느껴집니다.





간판의 016으로 시작하는 전화번호와 바랜 색, 뜯겨나간 글자로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대구뽈찜집입니다.





계속해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한적한 손기정체육공원이 나옵니다. 특이할만한 점은 동네가 워낙 연식이 있는 동네이다 보니 노인분들이 많으신데, 축구를 하시는 모습은 또 신선해서 찍어봤습니다. 노인분들에게 축구는 쉽지 않은 운동이거든요.





공원의 꼭대기에는 마라토너 손기정 기념관이 있습니다. 넝굴로 덮힌 외관이 아름답습니다.






손기정 선생하면 일제강점기 시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걸고 고개를 푹 숙인 모습만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사진들을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멋쟁이셨으며, 또한 기록가, 수집가의 면모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남긴 손기정 선생 덕분에 기념관의 내용물들은 상당히 풍성했습니다.







만리재로를 건너 청파동 쪽으로 갑니다. 고전문 전문 제작 가게는 처음보는 것 같아서 찍어 봤습니다.





청파동 동네의 특징은 길이 정말 구불구불하다는 점입니다. 워낙 길들이 좁고 미로같은 탓에 현지인들이 아니면 길을 잃어버리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판대신 벽에 글자를 새긴 신기한 목욕탕이라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은,





갑자기 이런 낭떠러지가 나오기도 합니다. 사고 방지를 위해 난간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낭떠러지는 뷰 맛집입니다. 여름밤에 의자나 돗자리를 깔고 맥주한캔 먹으면 분위기가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길이 좁은 동네의 가장 큰 문제는 위급상황에서 구급 차량들이 들어오기 힘들다는 점일 것입니다. 안 그래도 그러한 걱정이 되는 찰나에 이런 안내문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워낙 도로에 주차공간이 협소해서 그런지 다른 동네의 주택, 빌라보다 비교적 차고가 잘 조성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남자의 로망이 개인 차고에서 이런저런 만들며 노는 것인데, 저도 저런 차고가 있는 집에 살면 제 아지트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숙명여대를 타고 효창동쪽으로 내려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축구대회를 개최한 축구의 성지 효창운동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성지라는 말이 무색하게 노후화된 인조잔디로 인해 수많은 청소년 축구 선수들을 부상시켰다는 오명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워낙 낙후된 경기장인 탓에 철거 후 공원화 움직임도 있지만 축구계의 반대로 아직까지 유지 중입니다.





효창공원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투사 8인을 모시는 묘역이 있습니다. 묘지와 운동장이라는 이질적인 시설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김구 선생을 싫어한 이승만이 일부러 이 곳에 운동장을 짓도록 사주했다고 합니다(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411916?sid=102)





 

왕실묘→골프장→유원지→독립투사 묘지 ‘영욕의 232년’

[한겨레] [효창공원을 독립공원으로] (1) 효창공원, 어제와 오늘 정조가 터닦고 백범이 민족의 성소로 만들어 일제, 군사독재 정부는 체육시설 등으로 훼손 반공투사탑 등 여전히 이질적 시설물

n.news.naver.com




도로가 캠퍼스를 나누고 있는 독특한 숙명여대 캠퍼스를 지나 수도권 전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오늘의 도보여행을 마무리 합니다. 동쪽에 비해 비교적 소외받던 서울역 서쪽이 서울로7017을 통해 숨결이 불어 넣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작정 대규모 재개발을 하기 보다는, 이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통해 도시의 문제들을 해결해 가는 모습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