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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상쾌하다 산 밑 마을 - 서울특별시 용산구 동자동, 후암동, 중구 회현동

by 쏘러버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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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각지에서 서울로 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은 서울역 입니다. 서울역으로부터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인 남산과 남대문 시장까지 이어진 후암동과 회현동 일대를 돌아봤습니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4호선,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출발합니다.





남산쪽 방향인 11번 출구로 나가니 바로 GTX-A(운정-동탄) 터널 공사 현장이 나옵니다. 2024년에 운정역에서 서울역까지, 동탄역에서 수서역까지 개통이 예정되어 있는데 생각보다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곧 GTX의 시대가 열릴 것 같습니다. GTX가 수도권 주민들의 새로운 발이 되어줄 수 있을 지, 아니면 대심도와 높은 요금이라는 한계 때문에 우려대로 지하철에 밀리게 될 지 궁금해 집니다.








11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은 '동자동 쪽방촌'이었습니다. 평소 말로만 들었지 실제 쪽방촌을 눈으로 본 것은 처음입니다. 더운 날씨 탓에 쪽방 건물들의 문이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덕분에 좁디 좁은 복도와 양쪽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문들이 훤히 보였습니다. 문과 문사이의 간격만봐도 방의 크기가 정말 좁아보였습니다. 살고 계신 주민들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카메라에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쪽방촌과 불과 도로 하나 간격으로 KDB 생명타워와 수 십억 대의 팬트하우스가 있는 고급 주상복합 건물이 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빈부 차이를 담고싶은 사진 작가들에겐 이만한 장소가 없어 보입니다. 고급 건물들 아래에는 쪽방촌 주민들의 주요 생계 수단인 폐지 리어카가 덩그러니 있었습니다. 이 날은 추석 연휴여서 주변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직장인들이 없는 거리는 쪽방촌 주민들의 낮술, 낮잠 장소가 되어 있었습니다. 추석연휴인지라 도로의 쓰레기 처리도 잘 되어있지 않아 적어도 이 날의 분위기 만큼은 전쟁이 끝난 폐허의 느낌이었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이토록 오래된 동네가 재개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3년 전 한국일보의 기사(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4181641056941)를 보면 쪽방촌의 집 주인들은 동네 주민들보다는 외지에 사는 부자들의 비율이 높다고 합니다. 임대 거래는 대부분 부동산이 아닌 '관리인'을 통한 구두거래로 이어지며 월세 지급은 세금을 피할 수 있는 현금으로 이루어집니다. 쪽방의 월세는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1평도 안되며 개인 화장실과 욕실이 없는 집이 25만원 가량이니 평당 월세로 치면 고급 아파트보다 비싼 정도라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쪽방촌은 건물주들에겐 훌륭한 '캐시 카우(Cash Cow)'인지라 굳이 재개발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쪽방촌 뒤엔… 큰손 건물주의 ‘빈곤 비즈니스’

서울 쪽방촌 318채 등기 전수조사

www.hankookilbo.com







쪽방촌에서 남산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굽이굽이 골목입니다. 이 곳에는 1969년에 준공된 동자아파트가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들 특유의 외관은 이상하게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킵니다.




차량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좁은 골목이어서 그런지 동네에 쓰레기 처리 문제가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한 집의 벽에 붙은 경고문은 쓰레기 문제로 동네 주민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집의 방범 역할을 했던 담장의 철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이빨이 죄다 나간 모습입니다.





좁디 좁은 골목을 따라 후암동의 대표 재래시장인 후암재래시장에 가봤습니다.





후암시장 안쪽 부분은 보수공사를 통해 현대화 된 모습이었지만, 길 건너편은 아직 예전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한일사'라는 업체는 건물과 간판 뿐만 아니라 '포목'이라는 단어 부터가 시간이 멈춘 느낌입니다.





후암동에서 남산으로는 오르막길로 올라갑니다. 이 곳에는 수 많은 단독주택과 다세대주택이 있습니다. 넝쿨로 뒤덮인 한 집이 너무 예뻐서 찍어봤습니다. 벽에는 지나가는 행인들이나 동네 주민들이 어쩌다가 물 한 번 씩 줄 수 있는 화분이 있습니다. 화분의 식물들은 매우 잘 자란 상태였습니다.








후암동의 경사가 워낙 급해서 축대를 쌓아 건물을 만든 뒤 지형을 이용해 계단을 만든 집들도 있습니다.





남산에 가까워 질수록, 근처의 핫 플레이스인 해방촌에 가까워질수록 젊은 사람들과 서서히 신식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후암초등학교 옆에는 '장우 오피스텔'이라는 주상복합 오피스텔 건물이 있습니다. 외관이 모르고 지나갔으면 마치 학교나 공공기관 건물처럼 생겼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는 초등학생들의 모임 장소입니다. 후암초등학교 근처 아랑문구사는 간판의 글자가 완전히 떨어져 나갔습니다. 사실 이 문구점의 이름이 아랑문구사라는 점도 네이버 로드뷰 과거 시점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남산 바로 아래 두텁마을에 교회와 절이 이웃하고 있습니다. '남산새일교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교회인데 멸공을 부르짖으며 농, 수산물도 파는 듯 보입니다. 대원정사는 사찰인데 사무실, 오피스텔 임대업도 같이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대원정사 건물은 사무실로 써도 무방할만큼 깔끔해 보였습니다.







드디어 소월로 중간 전망대에서 서울의 풍경을 담아봅니다. 바로 아래에는 옥상을 루프탑으로 개조하여 힙한 음식점들이 보입니다. 이 지점부터 해방촌 상권이 시작되어 젊은층들, 외국인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어납니다. 반면 젊은층 바로 옆에서 노인인 주민들이 앉아 쉬고계시는 대비되는 공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날 날씨가 더워서인지 더위에 지친 고양이가 지붕에서 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소월로를 타고 쭉 내려와 남산의 상징과도 같던 힐튼 호텔과 마주칩니다. 1983년 20세기 대표 건축가인 미스 반 데 로에의 제자인 김종성 건축가에 의해 남산을 둘러싼 병풍의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역사적인 해외 방문객들도 많았던 이 호텔은 세월의 무게와 수익성의 문제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호텔을 매입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철거 후 복합시설을 건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한 때 서울을 상징했던 호텔이었기 때문에 보존하자는 의견이 있으나, 운용사의 1조가 넘는 사적 재산을 침해할 당위성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앞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르는 힐튼 호텔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힐튼 호텔 옆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있습니다. 여기에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이 지어진 이유는 과거 이 곳이 일본인들이 참배를 하던 '조선 신궁'이 있었던 터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곳에는 역시 한국의 독립을 상징하는 인물인 이시영 선생과 김구 선생의 동상도 있습니다.





남산을 지나 남대문 시장이 있는 회현동 쪽으로 내려옵니다. 회현동에는 촬영지로 많이 쓰인 회현 시범아파트가 있습니다. 1960년대 급격한 경제 발전으로 지방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사는 무허가 주택들이 서울에 마구 늘어나게 됩니다. 이들을 수용할 목적으로 국가가 주도하여 '시민아파트'를 짓게 되는데, 대부분 날림, 부실 공사로 지어지고 1970년에 기어코 와우 시민 아파트 붕괴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마침 이 때 지어지는 중이었던 회현 '시민아파트'는 '시범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시민아파트에 비해 더욱 튼튼하게 지어지게 되었고 결국 5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살아남아 있습니다. 급경사지인 데다가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중간중간 구름 다리가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현재에도 경제발전의 역사적인 유물로 보존이냐, 철거냐의 문제로 의견이 분분한 곳입니다. 힐튼 호텔도 철거하는 것을 보면 결국은 돈이 된다는 계산이 끝나면 언젠가는 철거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남대문시장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한 슈퍼가 있습니다. 요즘에 보기 드문 동네 슈퍼입니다. '슈퍼마켙'으로 쓰이지 않은 걸로 봐서 생각보다 간판이 어린 나이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언덕 동네는 눈이왔을 때 제 때에 제설을 하지 않으면 경사진 빙판이 되기 마련입니다. 다행히 바닥 열선 공사를 끝냈다고 하니 주민들이 더욱 편안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후암동, 회현동에는 이따금씩 일제시대부터 지어진 듯 보이는 적산가옥들처럼 보이는 집들이 있습니다. 일제시대에 지어졌다고 하면 아무리 최근에 지어졌어도 70년이 넘은 집들입니다.





예전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또다른 특징은 동네의 주택 건물이 병원으로 쓰이는 경우입니다. 이 한의원도 동네 노인분들의 쉼터의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영업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주택가 한복판의 웅장한 모텔 입구가 시선강탈입니다.





대로로 나오면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연결된 회현지하상가가 있습니다. 주변의 신생 번화가들에 치여 발걸음이 뜸해진 지하상가들이 으레 그렇듯 회현 지하상가도 아날로그 감성이 뚝뚝 묻어 나옵니다. 여기에서 가장 장사가 잘 되는 것은 LP판 가게였습니다.






LP판 가게들을 지나가다가 문득 DVD가게를 봅니다. 과거에는 '흘러간 옛날 매체'의 대명사가 LP판이었는데, 스트리밍 시대가 온 이후에는 DVD도 이제는 '옛날 매체'가 되었습니다. 레트로 열풍으로 인해 힙한 턴 테이블들이 출시되는 시대인지라 오히려 LP판보다 DVD가 더 팔리지 않을 듯한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VD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가게가 있어 담아 봤습니다.









수도권 지하철 4호선 회현역을 끝으로 오늘의 도보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서울역, 남산, 남대문시장 등으로 너무나 랜드마크들이 많은 동네입니다. 그럴 수록 동네 구석구석은 현지인이 아니면 갈 일이 없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골목 구석구석에 상쾌한 산 공기와 서울의 옛스러움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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